교회 종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울렁거렸던 시절, 예배시간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질 때 즈음 되면, 자연스럽게 발길을 교회당으로 돌린다. 늦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달린 적이 많다. 세상살이가 힘들 때 울적할 때 유일하게 찾던 곳은 교회당이었다. 추억을 담고 있는 교회당 문을 들어서서 적막이 감도는 본당(sanctuary)에 고요?앉아 기도한다. 가끔씩 들려오는 찻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공기에 기도의 파장을 일으킨다. 다니엘처럼, 이사야처럼 . . . 오늘은 깊은 영혼 속에 있는 내용을 하나님께 간구하리라 결심하고 찾아온 날이다. 기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이윽고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꼭 잡은 두 손위에 뜨거운 눈물이 떨어진다. 세웠던 고개는 점점 앞으로 숙여지고, 더 이상 숙일 때가 없어 그냥 엎드리고 만다. 몸은 떨면서 울먹인다. 지나온 세월동안 주님의 은혜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은혜를 받았다.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다. 그러다가 흘러나오는 찬송이 있다. “하나님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 없으시고 언제나 공평과 은혜로 나를 지키셨네. 오 신실하신 주 오 신실하신 너를 떠나지도 않으리라. 내 너를 버리지도 않으리라 약속하셨던 주님 그 약속을 지키사 이 후로도 영원토록 나를 지키시리라 확신하네.” 눈물로 부르는 찬송이다.
30-40년 전에는 주일학교에는 수요예배가 있었다. 주일 9시 예배가 마치면 또 다시 오후 5-6시 경에 저녁 예배가 있다. 그리고 수요저녁 예배가 있기 전 5-6시경에 수요예배가 있다. 오기 싫어하는 수요기도회에 참석키 위해 전도사님들이 가르쳐준 찬송이 있다. “꼬불꼬불 산골길 혼자 걸어도 기쁜 찬송 부르면 힘들지 않네. 기쁜 찬송 부르면 힘들지 않네.” 몸이 아파 교회에 나오기 어려울 때 교회당에 오게 하기 위해 가르쳐준 찬송은 “새근새근 병들어 누워있을 때 주께 기도드리면 아프지 않네 주께 기도드리면 아프지 않네.” 어두워 교회당에 오기가 무서울 때, “캄캄한 밤중에 혼자 있어도 주께 기도드리면 무섭지 않네 주께 기도드리면 무섭지 않네.” 이런 찬송이 이제는 그리운 추억의 찬송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예배교육은 대중 매체로 인해 밀려 지금은 사라졌고 게다가 주일 예비시간에 학생들이 예배에 참석하는 것조차 힘들에 되어간다. 하지만 늘 교회당에 가야한다는 마음은 결국 성장한 후에도 교회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마음, 교회당은 기도처라는 마음, 교회당은 안식처라는 마음, 그리고 교회당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장소라는 마음을 갖게 했다. 부정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나는 보다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성도들을 교회당에만 묶어놓도록 하는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교회 중심의 생활을 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부정치 못한다.
외국 유학시절,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자주 있다. 그러면 신학교에 중앙에 있는 채플(chapel)에 들어간다. 그 안에서 조용히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동료 학생들을 보기도 하고, 앞자리에서 엎드려 기도하는 친구들도 보기도 한다. 아니면 아무도 없는 곳에 우두커니 조국의 예배당과 비교하면서 바라보다가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은혜의 시간이다. 자신에게 진실한 시간이다. 눈물의 시간이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주님을 잊을 수 없다. “하나님!” 하고 부르면, 마음이 찡하다. “주님!” 하고 다시금 부르면, 코가 시큰 거리며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또 다시 “주여!”라고 부르고 나면,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다. 모든 마음의 소원이 하늘로 올라가는 촛불의 연기처럼 상달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한참이고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다. 한참이고 이렇게 기도한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닦는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서 눈물 자국을 깨끗이 한다.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죄책, 주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기심, 주님의 마음을 따르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주님의 마음을 펼치지 못했던 연약함을 다 토로했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두 손 꼭 잡고 주님께 향하는 시간을 나에게 정말 귀한 시간이다.
제목｜ 평온한 기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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