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 숭례문이여!

Eun Ra

｜ Date - 2008-02-14 16:11:41 ｜ Hit - 8117

숭례문이 불에 탔습니다. 600년에 가깝게 우리들의 희로애락을 지키며, 만인들의 미소를 받으면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국보 제 1호가 잿더미로 변했다는 소식을 미국에서 듣고 저는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이런 말을 입에서 담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1973년 처음 서울을 방문하여 서울역에서 나와 남대문을 보는 순간 나는 감격에 넘쳐 한참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유학길에 오른 지 10년 이후 서울역에 내려 남대문을 한번쯤 보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 숭례문이 소각되어졌습니다.
저는 역사를 공부했기에 역사물의 존귀함이 누구보다도 각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없어진 것을 눈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복원할 수 있지만 그 정신은 결코 나타낼 수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문화재의 날로 지정해야한다고 하고 성금을 거두어 건립기금을 마련해야한다고 합니다. 귀한 제안들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제안들이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들은 항상 우리 삶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의문들을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발생의 원인을. 자식을 죽이거나 부모를 죽여 재정적자를 메우는 것까지 용서할 수도 없지만 이해한다고 합시다. 하지만 우리의 것이요. 조상의 것이요. 그리고 후손들의 것을 이렇게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국가에 원망하고 싶어도 그 원망을 원하면 청와대에 돌을 던지든지 하지 역사의 정신과 혼이 들어있는 숭례문, 즉 국보 1호를 그렇게 한다는 것은 어떤 말을 가지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죽이도록 미운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일을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악에 대해 통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공산주의 전초전을 치렀던 것처럼 사회주의화 되어갔던 시절이었습니다. 권위를 무시하기를 강조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어떤 사상이든 역사를 도무지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주의가 영국에서 시작하여 러시아에서 열매를 맺을 때 역사의 흔적들을 그들은 지우길 원했습니다. 모든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이룩하겠다는 독재주의자들의 발상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사회주의적 발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저는 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하지만 그 민주주의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면 과감히 맞서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항상 종교문제를 거론합니다. 안일하고 사치스럽게 사는 귀족들을 잔인하게 처결했던 공산주의자들처럼 현재 마녀사냥이란 듯이 종교인들과 현대판 부르주아적 계층의 사람들을 공판에 넘기곤 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 부분에서는 청결할지 모르지만 돌을 던지며 큰 소리를 던질 수 있단 말인지 묻고 싶습니다.
온 세계적으로 경제란에 직면했습니다. 미국에 들어와서 미국 경제를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매우 힘들어 합니다.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바꿔보자는 구호가 대통령 선거에 슬로건입니다. 글쎄요. 바꾼다고 달라질는지 의문스럽지만. 아무튼 힘들어 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사회는 서로를 용서하며 격려하면서 내일을 꿈꿔야 합니다. 그 꿈은 과거를 포기하는데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정신이 서려있는 과거의 역사관을 가지면서 내일을 창출해 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가 없는 내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과거를 없애는 것이 청산이 아니라 과거를 올바로 진단하는 것입니다. 옳고 그른 것을 들추어내야지 그른 것만을 들추어내어 옳은 것마저 부정하는 자세는 마녀사냥과 같은 것입니다.
숭례문의 전소는 마음이 매우 쓰립니다. 더욱 나를 쓰리게 하는 것은 과거를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 한국사회 전체의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대중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정말이지 과거를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소리를 내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그리고 재건해야 합니다. 후손들 앞에 떳떳이 일어서기 위해서 말입니다. 타고 남은 흔적들도 역사이기에 없애서는 안됩니다. 우리들과 후손들 앞에 전시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이렇게 되어져야 합니다. 부끄러운 것도 역사입니다. 저는 과거의 중앙청이라는 건물을 없애는 것을 저는 들으면서 한탄했습니다. 부끄러운 것은 없애려고 합니다. 새로운 것으로 대처하려고 하는 공상주의적 사회주의나 아니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발상입니다.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러한 과오를 다시는 재현되지 않도록 부끄럽던 자랑스럽든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여 우리와 후손들의 거울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숨겨서는 결코 안됩니다. 역사공부는 숨어 있는 것을 찾아 교훈을 찾는 것입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들 가운데 수많이 희생했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역사관입니다.
숭례문은 갔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후손들은 있습니다. 과거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현실과 미래로 다가옵니다. 함께 일어나 과거를 보존하고 내일을 건축합시다.